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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사일언-21세기 베토벤들
관리자
조회수 : 111   |   2020-02-26

[일사일언] 21세기 베토벤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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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2.10 03:00

윤학 지휘자·영남대 교수


현대음악은 때론 전위적이다. 듣기 거북한 화성이나 예측 불가능한 선율은 오히려 애교다. 피아노 건반 대신 피아노 줄을 손가락으로 튕기고, 성악가의 노래는 박자와 음정이 맞지 않는 돌고래 울음소리에 가깝다. 이런 기법들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 '자신만의 느낌을 담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음악을 찾는'과정에서 사용하는 실험 도구다.

피카소의 대표작들과 달리 어릴 적 그가 그린 정물화나 초상화는 지극히 전통을 따른다. 하지만 전통 기법에만 안주했다면 우리는 피카소를 위대한 예술가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피카소처럼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소리와 철학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음악을 찾아 스스로 고난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현대음악 작곡가다. 100년 후 관객들이 여전히 베토벤과 모차르트만 좋아하고 우리 시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모른다면 왠지 서글플 것만 같다.


지난해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전시 '서기 2000년이 오면'의 일환으로 TIMF앙상블과 함께 작은 편성의 윤이상 곡 '영상(Image)'을 지휘했다. 작곡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낯설고 독특하다. '주말에 누가 이런 골치 아픈 곡을 들으러 올까' 했던 나와 연주자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연주 시각에 맞춰 갤러리를 찾은 적지 않은 관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면서 '현대음악에 대한 골치는 내 머릿속에서만 아팠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오래전 죽은 작곡가들의 익숙하고 고상한 음악만 권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현대음악과 그 작곡가들은 여전 히 소수다. 연주자들도 곡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것이 내 무지의 탓이지 작곡가와 작품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음악이 우리 시대 음악을 담아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관심이다. 사람들의 편견을 넘어 지금 시대의 음악이 언젠가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라며 새로운 베토벤과 모차르트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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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0/20200210001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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